'뚝딱뚝딱..윙..쿵쿵'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두고 개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의 개막전이 펼쳐질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 주변은 여전히 공사장 노동자들의 분주한 손놀림과 중장비들의 소음으로 어수선했다.
지난 6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과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프리토리아 유니온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다. 월드컵은 이미 시작됐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8일(한국시간) 찾은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여전히 공사 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준비'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사커시티 스타디움으로 통하는 도로는 최근 새로 아스팔트를 깔아 깨끗했지만 인부들은 신호등을 세우고 건널목 그리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또 경기장 주변에는 도로공사에 투입된 중장비들이 그대로 주차해있었고, 일찌감치 문을 연 미디어센터 역시 마무리 공사가 덜 끝난 상태로 취재진을 맞았다.
더구나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선 상황임에도 별다른 제지 없이도 미디어센터와 경기장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 보안에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경기장 주변의 풍경도 우울했다. '칼라바시'라고 불리는 둥근 박 모양의 아프리카 그릇을 형상화한 형형색색의 경기장에서 200여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는 두 개의 작은 야산이 눈에 띄었다.
1970년대 후반까지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금광에서 나왔던 각종 골재와 폐기물을 쌓아둔 '인공산'이었다. 골재와 폐기물들은 화학 처리를 마치고 운반돼 온통 하얗게 색이 바래있어 황량한 느낌을 풍겼다.
경기장 내부는 그나마 완성도가 높았다. 8만8천여석의 주황색 좌석은 산뜻한 느낌이 들었고, 자원봉사자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경기 당일 자신들의 동선을 점검하는데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경기장의 대형 전광판도 다양한 영상을 틀면서 작동 시험에 분주했다. 특히 2008년 12월 도쿄에서 치러진 FIFA 클럽월드컵 결승 장면이 나오면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모습도 등장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장의 바쁜 분위기와 달리 요하네스버그 시내는 '월드컵 무드'를 느낄 수가 없었다.
건물에 월드컵을 알리는 대형 걸개가 몇 개 눈에 띄었을 뿐 경기장과 요하네스버그 시내를 이어주는 도로에도 월드컵을 알리는 홍보물마저 찾아보기 어려웠고, 도로 중앙에 설치된 월드컵 셔틀버스 전용 정류장 역시 아직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에서 월드컵이 끝나면 셔틀버스 정류장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게 현지 교민들의 귀띔이다.
그나마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흑인 밀집 지역인 요하네스버그 템비사 지역이었다.
북한 대표팀의 훈련장으로 쓰이는 템비사의 마쿨롱 스타디움으로 가는 도로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와 월드컵 출전국의 깃발을 파는 노점상들이 자주 눈에 띄었고, 마쿨롱 스타디움 인근의 맨땅 축구 경기장에선 축구 경기도 벌어지고 있었다.
음식 준비를 위해 땔감을 태워 마치 밤안개를 연상하게 하는 매캐한 연기로 그득해지는 저녁 시간에도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은 인근 공터에 볼을 차며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지난 6일 북한과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이 치러졌을 때는 수천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명사고가 나는 등 뜨거운 축구 열기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