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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자만이 성공한다. 야구 경기에서 대타 요원이라도 언제 기회가 떨어질 지 모르는 것 아닌가."만화가 허영만이 오래전부터 강조하던 말이다. 그 말은 제자인 만화 '이끼'의 작가 윤태호(41)를 겨냥한 것이었을까.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 개봉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만화가 윤태호가 이 길에 투신한 지 약 20년 만인 요즘, 활짝 웃음을 짓고 있다. 만화계를 이끌어가는 주요 작가이면서도 큰 것 한 방을 터트리지는 못했던 답답함을 날려버리는 웃음이다. ● 무기는 진지함
만화 '이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주인공 류해국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이장 천용덕이 다스리는 시골 마을로 들어오게 됐다가 아버지의 수상스러운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대립하면서 이 곳에 눌러앉는다. 보통 사람같으면 지긋지긋한 마을을 ·떠났겠지만 특유의 '집착증'으로 사건에 달라붙는다.

류해국의 집착증적인 진지함은 윤태호의 실제 모습과 닮아 있다. 청년 시절 만화가가 되기 위해 고향인 광주에서 상경해 조운학·허영만의 문하생으로 만화를 배웠던 윤태호는 시종일관 만화계에 달라붙어 진지한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선이 굵지는 않지만 자동차가 연료를 태우는 방식처럼 작품 속에서 에너지가 조금씩 증폭되어가는 스타일의 작품을 그렸다. 1994년 데뷔작 '혼자자는 남편'부터 '연씨별곡' '야후'(1999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 '로망스'(2002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 수상) 등은 수작으로 평가됐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는 항상 자신의 방식을 고수했다. 2008년 한 포털사이트에서 '이끼' 연재를 시작했을 때도 이 작품이 영화까지 되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끼'에선 진지함과 정교함을 더욱 발전시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연재 2개월 만에 판권 계약을 하자고 연락 온 곳이 18군데나 됐을 정도였다.

윤태호는 "'이끼'는 악에 대한 순수한 분노로 그린 작품이다. 그 순수한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대중과 공감대를 끌어낸 것"이라면서 "사실 '이끼'의 메시지는 인과응보이다. 작품 속에서 인과의 고리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별자리 공부로 캐릭터 잡아
'이끼'란 제목은 무슨 의미를 담은 것일까. 영화는 불의에 타협하면서 납작업드려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라는 암시를 준다. 그런 해석을 부정하는 그는 "'이끼'란 제목은 단지 음지를 연상시키는 서늘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였다. 오히려 밟혀도 계속 살아나는 주인공이 이끼에 더 가깝다"고 전했다.

영화가 도입부부터 주인공 류해국의 아버지(허준호)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만화와 다른 점이다. 그는 사이비 교주와 같은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해 "8년 동안 별자리를 공부한 게 이 캐릭터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됐다. 영화에선 이장(정재영)과 덕천(유해진)의 캐릭터가 특히 좋았다"면서 "원작의 캐릭터를 알기 쉽게 풀어서 정리해준 강우석 감독에게 감사한다. 원래 바둑 만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영화 '이끼' 때문에 진짜 바빠졌다"며 웃었다.

분당=글·사진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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