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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평가 금물…죽을 힘 다해야 승리
 
◇이천수
 이제 아르헨티나전의 충격에서 벗어났을 것으로 본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그날의 좋지 못한 기억을 머리 속에 오래 담아둘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리하고 16강에 진출하면 아르헨티나전은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을 테니까.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실점을 조금만 줄였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골득실차를 따지는 고약한 경우의 수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기억 속의 나이지리아는 '검은 전사'들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몸은 기본적으로 우리와는 다른 것 같았다. 탄력이 좋고 유연하다. 밀고 들어오는 힘이 정대세의 말처럼 '야생동물' 같다고 보면 된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온통 검은색 피부의 그들과 처음 만나면 무척 놀랄 것이다. 무섭다는 느낌까지 들 수 있다.

 나는 9년 전 히딩크호에서 가진 두 차례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 모두 출전했다. 한 번은 조커로, 또 한 번은 선발로 출전했다. 1골-1도움에, 페널티킥 하나를 유도했다.

 함께 뛰었던 (이)동국이형, (김)남일이형이 현재 허정무호에 포함돼 있다. 당시 나이지리아 감독은 라예르베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준 아모두였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다수가 바뀌었는데 이번 남아공월드컵 멤버 중에는 공격수 존 우타카 정도가 살아남은 것 같다.

 나이지리아의 아르헨티나, 그리스전을 TV로 봤는데 그때와 크게 달라진 점을 찾지 못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전 팀 컬러에서 그렇게 달리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선수 한 명이 퇴장당했던 그리스전에서 보여진 경기력으로 나이지리아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퇴장당한 카이타 등 선수 몇 명이 우리와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이지리아에는 그와 비슷한 실력의 선수가 충분히 있다고 보면 된다. 대신 허정무호가 잘 하는 플레이만 제대로 보여주면 후회하지 않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9년 전 첫 경기에서 우리는 전반 (김)상식이형이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였고 먼저 두 골을 내줬다. 그리고 후반 시작과 함께 히딩크 감독은 나를 조커로 투입했다. 히딩크 감독의 전술에서 놀라웠던 것은 수적으로 열세였는데도 후반전에 공격적인 나를 투입한 점이다. 더 움츠러들 것이라고 생각할 때 역으로 치고 나가는게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이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긴 다리와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를 갖고 있다. 1대1로 부딪치면 우리가 당해내지 못할 수가 있다. 그들과 싸워 이기려면 끈질긴 승부욕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9년 전에도 우리는 후반 20분 내가 만회골을 뽑았고, 최용수 선배님(FC서울 코치)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거의 패색이 짙었던 경기에서 팀을 구했다. 3일 뒤 벌어진 리턴매치에선 김도훈 선배님(성남 코치)과 동국이형의 골로 2대1 승리했다. 당시 나는 김도훈 선배님이 찬 페널티킥을 유도했었다. 동국이형은 경기 종료 직전 헤딩 결승골을 터트렸다. 나이지리아는 원정을 왔지만 홈팀인 우리와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패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던 나이지리아전이었다.

 그라운드에 나가 싸울 태극전사들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다. 나이지리아전이 내 생애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얻을 답은 나와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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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메신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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